1. 사파이어 커프스
“셔츠 소매가 전부 엉망이 되셨더군요.”
사파이어 커프스 단추는 전부 어디에 떨어트리고 오신 겁니까? 하녀장 노리아의 무감한 질문에 이덴은 무력하게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내리 감았다. 이래서 저택에 오면 그냥 목 매달아서 죽어버리려고 했던 건데. 언제 그렇게 시선에서 자유로웠냐는 듯, 백작은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수많은 감시 아래 놓였다.
“파티는 즐거우셨나요?”
“사람이 죽어서 별로였어…. 호프 후작이 죽은 건 너도 알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안된 일이죠.”
노리아의 의례적인 중얼거림에 이덴이 소리 내어 웃었다. 잘된 일이지. 덕분에 다이아몬드의 값어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을 테니까. 냉소적인 어투와 비관적인 말에도 노리아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소매 끝이 닳아버린 실크 셔츠 몇 벌을 버리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놀릴 뿐이었다.
이덴은 사이즈가 큰 침대에 동떨어진 섬처럼 누워 노리아가 바쁘게 움직이는 꼴을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 세월 자신을 천천히 죽여오던 사람 역시 머리가 하얗게 새어 가고 있었다. 시간은 최고의 독살범이다.
“블루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거기에 목을 매달아서 죽으려고 했거든.”
“…….”
“다들 나한테 이것저것 하지 말라고 명령하지만… 이상할 만큼 죽지 말란 소리는 안 하니까.”
봄이 걸음을 바쁘게 재촉하는 4월이었다.
모시는 주인의 자살 계획을 들으면서도 노리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장미 씨앗을 뿌리면 5월에 장미가 핀다. 정원사가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 이상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노리아는 정원사였고, 이덴은 노리아가 가꾼 장미였다. 어린 시절부터 성실하게 뿌려둔 광증이 개화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에 정원사는 정원 일에 이골이 나 있었다.
다음 계절에도 같은 꽃이 필 것이다. 이덴은 늘 같은 장미 향수를 뿌릴 것이고, 노리아가 고른 실크 셔츠를 입을 터였다. 차에 독이 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마시고, 가끔은 신경질을 내겠지만 백작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순순히 아픔을 감내할 것이다. 지난 18년간 노리아와 이덴은 늘 한결 같았다. 이덴의 저항은 노리아에게 장미 가시에 찔리는 것만큼이나 사소한 일이었다.
“파티에서 남은 손목을 걸고 게임을 했어. 오픈 블랙잭이었나.”
“이기셨나요?”
“그래. 내 오른손이 아직 붙어있는 걸 보면… 내가 죽으면 프리스틀리의 오른손을 잘라. 다음 해에는 꼭 죽을 거거든. 네가 곤란하게 말이야….”
“목을 매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추하게 죽거든요.”
“비소에 중독 돼서 천천히 죽어가는 건 좋은 선택이고?”
이덴이 누워있던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짐 정리를 마친 노리아가 다시 한번 물었다. 도련님, 사파이어 커프스는 전부 어디에 두고 오셨나요? 그 질문에 이덴 뷰캐넌이 느리게 대답했다. 그깟 사파이어 커프스에 그렇게 집착하지 마. 그리고 난 도련님이 아니라… 백작이라고.
“내년이 되면 누가 갚으러 올 거야. 그 커프스만큼의 값어치를.”
“빌려주셨습니까?”
“아니.”
줬어. 단순하게 대꾸하고 몸을 일으킨 이덴은 창 너머 한눈에 보이는 장미 정원을 시야에 담았다. 목 매달기 좋은 고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 그루 없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정원을.
“그 애가 오면 문을 좀 열어주렴.”
“…….”
“안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1년만 기다려 볼까 해.”
나무가 자라는 데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이덴 뷰캐넌은 어느 4월에, 목 매달아 죽는 것을 포기했다.
2. 뷰캐넌 저택의 새로운 사용인
비가 오는 밤이었다.
누군가 뷰캐넌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담은 높고 문은 항상 굳게 잠겨 있던 뷰캐넌 저택이 이 이방인의 방문을 허락한 것은 순전히 방문자가 ‘빚을 갚으러 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뷰캐넌 백작 부인은 이 채무자를 알지 못했다. 붉은 머리의 채무자는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닦아내지도 않은 채 뷰캐넌 백작을 만나야겠다고 말했다. 백작 부인은 이 채무자와 백작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녀장 노리아는 백작 부인의 뜻에 따라 이 방문자를 다시 저택 밖으로 내보낼 셈이었다.
봄비치고는 거칠기 짝이 없는 빗줄기 사이로 눈이 멀 것 같은 낙뢰가 떨어졌다. 정원사가 능숙하게 가꿔온 장미 정원 구석에 떨어진 이 번개는 거센 빗줄기에 이미 대가 꺾인 장미 몇 송이의 가치를 손쉽게 손상시켰다. 그 가혹한 빛의 끄트머리에서 성가신 빗소리 때문에 잠들지 못한 뷰캐넌 백작이 이 채무자를 발견한 것이다.
“프란시스.”
프랜시스였나, 프란시스였나.
요즘은 다들 미국식 발음을 쓴다지. 하지만 알 게 뭐야. 이덴이거나, 이든이거나, 그도 아니면 에덴이거나. 하지만 알 게 뭔가. 유령처럼 서 있던 백작의 뒤로 다시 한번 요란한 번개가 내리쳤다. 빛은 늘 소리보다 빨랐다. 찰나의 무음 위로 백작이 속삭이듯 명령했다.
“내 방으로 보내. 아는 사람이니까.”
백작 부인은 곧 이 방문자가 자신의 남동생을 죽이려다 실패해,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는 살인 미수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프란시스 러버트. 백작 부인의 기민한 직감이 속삭였다. 이 자는 내 아들을 죽일 자다.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내 비숍에게 멍청하게 체크 메이트라고 속삭여 줄 이다.
그래서 프란시스 러버트는 뷰캐넌 가의 새로운 사용인이 되었다.
3. 러버트
“그 남자 말이야.”
“누구?”
“빨간 머리.”
“아아, 백작님의?”
“그래.”
세탁실 사용인 둘이 큰 솥에 침대 시트를 넣고 삶으며 소곤소곤 대화를 이어 나갔다. 소문 대상자의 이름을 떠들지 않는 것은 사용인들끼리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백작 옆에 있는 빨간 머리라곤 한 명밖에 없었으니, 애초에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자는 것 같지?”
“같이 자는 건 전에도 그랬잖아. 백작님이 워낙… 그러시니까.”
“아니, 내 말은… 몸을 섞는 것 같다고. 그것도 좀… 꾸준하게.”
솥 안에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사용인 하나가 중얼거렸다. 전에는 그래도 우리한테 기회가 몇 번 있긴 했었는데. 흰 거품을 걷어내며 그 옆에 서 있던 사용인이 이죽거렸다. 그 미치광이 어디가 좋다고 그래?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면서.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빈 공간에 웅웅 울렸다.
“무슨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해?”
세탁실 사용인들의 잡담이 끊긴 것은 그 소문의 당사자가 등 뒤에 나타난 탓이었다. 같은 사용인이라는 처지에 있던 남자는 백작이 자살 시도를 한 날 이후로 금품을 들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망자가 아닌 ‘러버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방문을 요청했다.
자살 시도 후 거의 폐인처럼 지내던 백작이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온 건 프란시스 러버트의 방문 이후였다. 사용인들은 능숙한 정원사였던 노리아 대신 백작의 옆 자리를 차지하곤 잘 가꿔왔던 장미 정원을 망치는 남자를 대체로 껄끄럽게 여겼다.
“방금 그 말, 너희 백작님한테 이른다.”
프란시스 러버트는 같이 일했던 사용인을 매질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뷰캐넌 백작은 프란시스가 저택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을 눈감아 주었고, 백작 부인은 그런 프란시스를 이용해 제 아들을 얌전하게 만들었다. ‘러버트’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온 귀족가 소속 인물에게 사용인들은 전처럼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너는… 해고될 것 같네. 짐 미리 싸 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끝이 솥 앞에 서 있던 사용인을 가리켰다. 그 미치광이 어디가 좋다고 그래? 사용인은 자기가 했던 말을 주워 담지 못하고 희게 질려 고개만 아래로 푹 숙였다. 빌어먹을… 러버트.
4. 뷰캐넌
죽여 버리겠다는 소리보다 죽어버리겠다는 말이 서로를 협박하는 데 더 유리했다.
이덴과 프란시스는 그런 사이였다. 가시가 잘리고 봄과 여름 사이, 그 짧은 한철을 살기 위해 피어난 온실 속 장미와 그 위로 내리친 야밤의 벼락같은 사이. 서로를 망치기 위해서 자신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사이. 어차피 봄과 여름 사이의 그 짧은 기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시들어 사라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 후회하는 사이.
백작 부인이 골라 놓은 사용인들 몇 명이 저택을 떠났다. 전부 이덴의 잠자리 시중을 들던 이들이었다. 남은 이들은 백작과 마주칠 일 없는 세탁실 같은 곳으로 일이 배정되었다.
“너도 봤어? 키스하는 거.”
“정원에서 말이야?”
“복도에서 입 맞추는 건 본 것 같은데. 정원에서도 그랬단 말이야?”
사용인들 사이에 프란시스와 이덴 사이를 추측하는 말들이 밑도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백작 부인은 아들에게 들러붙은 추문에 대해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녀의 둘째 아들은 첫째보다 훨씬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그 아이의 진짜 아버지는 백작 부인이 숨겨둔 별장에서 호의호식하며 젊음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백작 부인은 제게 이 부유함과 명예를 가져다 준 자신의 비숍을 학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 제 짝을 찾았으면 다행인 일이지. 고상하게 늦은 오후의 홍차를 즐기며 백작 부인이 노리아에게 다과를 권했다.
“이제 얼마 안 가 장례식을 치러야 할 거야.”
“벌써 죽이실 건가요? 아직 둘째 도련님이 성인이 되려면….”
“아니, 그 애가 이제 도망칠 테니까.”
자식이란 참 우습지 않니, 노리아? 키워 봤자 이렇게 부모 손을 빠져 나간단다. 우아한 낯으로 말을 뱉는 백작 부인의 얼굴에 옅은 수심이 어렸다. 정작 이덴 뷰캐넌을 키운 것은 백작 부인이 아니라 하녀장 노리아였다. 그 순간까지도 백작 부인은 이덴 뷰캐넌이 자신에게 복수할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냥 죽여 버리는 게 제일 안전하겠지. 하지만 나도 부모라 그러고 싶지는 않구나.”
“감시를 붙여 둘까요?”
“아니. 어차피 오래 못 살 애야. 그냥 두렴. 안됐잖니….”
참 안된 일이지? 정말 아프게라도 태어났으면 일찍 죽어서 편해지기라도 했을 텐데. 노리아는 아름다운 뷰캐넌 백작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영특하고 아름다운 천재! 뷰캐넌 백작가가 거래했다는 악마에 실체가 있었다면, 그건 꼭 백작 부인처럼 생겼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계좌 몇 개 빼 돌린 것 정도는 봐주렴. 남은 손목 자르겠다고 설치는 것보단 낫잖니.”
“프란시스 러버트도 그냥 둘까요?”
“그래. 내가 보기엔 그 치도 오래 살긴 틀린 것 같더구나.”
죽을 인간 옆에 붙어 끈을 잘못 잡으면 빨리 죽지. 백작 부인은 반쯤 남아 식어가기 시작하는 홍차의 주홍빛을 바라보았다. 이덴 뷰캐넌은 비숍이거나 룩, 프란시스 러버트는 나이트거나 폰. 킹이나 퀸이 아니니 잃어버려도 상관없다. 써먹을 만큼 써먹은 말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미덕이다.
“정말 다행이지 않니? 둘 다 사내라 아이가 들어서지 못하는 거 말이다. 얼마나 짐승처럼 흘레붙던지…. 둘 중 하나라도 여자였으면 결국 내가 죽여 버렸을 테니.”
“…….”
“둘 다 사내인 것도 천운이지. 이덴 뷰캐넌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진짜 뷰캐넌이 될 거야.”
다음 해, 뷰캐넌 백작이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퍼졌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녀장 노리아의 증언에 따르면 이덴 뷰캐넌은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했다. 그는 미치광이였고, 애초에 정신이 산만했으며 선대 백작처럼 원인 모를 병들을 달고 살았다. 자기 손목을 자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덴 뷰캐넌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동유럽에 있는 작은 성에 뷰캐넌 백작의 유령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었다. 아니, 영국도 아니고 헝가리에? 사람들은 그 소문을 뜬소문으로 넘겼다. 죽은 뷰캐넌 백작의 외모가 지나치게 아름다웠던 탓에 그걸 아쉬워하는 호사가들이 떠드는 소리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덴 뷰캐넌에 대한 소문은 완전히 세상에서 잊혀졌다.
뷰캐넌 백작의 이름은 더 이상 이덴이 아니게 되었다.
5. 사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서, 맥베스는 던컨 왕을 죽이지 않고도 왕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코더의 영주였고, 왕위 계승권이 있었으며 던컨 왕은 늙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최고의 독살범이다. 그러므로 맥베스가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지 않더라도 시간의 공조로 인해 맥베스는 왕관을 쓰게 됐을 테다.》
“뭐 해?”
뒤에서 끌어안는 팔이 익숙했다. 어지러운 머리를 편안하게 만드는 라벤더 향이 훅 끼쳤다. 이덴은 천천히 숨을 들이키곤 붙들고 있던 펜대를 내려놓았다. 잉크가 묻어 번진 손이 얼룩덜룩했다.
“부업.”
“신문에 기고하는 사설? 그거 돈도 얼마 안 되던데 쓰네. 구석탱이에나 실리고 말던데.”
“위스키 세 병 살 만큼은 벌잖아.”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추면서 이덴은 자연스럽게 프란시스의 목에 제 팔을 감았다. 이렇게 엉켜드는 게 익숙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또 셰익스피어야?”
“내가 영국인인 이상 어쩔 수 없지.”
“소네트도 못 외운다며.”
“그럴 리가. 그냥 너한테 외워주기 싫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야.”
그리고 작은 웃음소리.
이상할 만큼 행복한 날들이었다. 번개가 치기 전의 봄처럼 화사하고 따뜻한 날들. 이웃 주민들은 성에 들어오기 전 여장을 하고 있던 이덴을 보고 낡고 불길한 성에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신혼부부가 들어왔다는 오해를 했다.
오해가 기정사실이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멀쩡한 프로포즈 한 번 없는 결혼이었다. 남자만 둘이니 영국이 아니라 헝가리에서도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었다. 밤늦은 교회에서 하객도 주례도 없이 치러진 비밀 결혼식은 축복보다는 저주를 위한 종류였다.
넌 이제 내 곁을 못 떠나.
맥베스에게 저주를 걸던 세 마녀처럼 이덴과 프란시스는 서로의 이름을 걸고 평생을 약속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꾸했다. 죽여 버리겠다는 말보다 죽어버리겠다는 말이 협박에 더 용이한 관계였다. 이덴이 의례적으로 쓴 면사포를 걷고 프란시스가 이덴에게 키스했을 때, 불행하게도 저주는 성립되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기다리지 못할 만한 것들이 존재한다.
첫째로, 왕위가 그렇다. 권력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달콤하여 손에서 놓기도 어렵거니와 기다리기도 어렵다. 아직도 유럽 국가 전역에서 귀족 제도가 판을 치는 것을 보라. 세기가 달라져도 여왕은 영원할 것이다.
둘째로, 증오하는 이의 죽음이 그렇다. 복수를 꿈꾸는 자들은 대개 살인 교사를 계획하는 이들보다 인내심이 부족하다. 증오를 아는 자들은 항상 서두르기 때문에 실수를 반복한다.
마지막으로는, 진부하겠지만 사랑 따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위의 두 가지보다 이것이 더 최악이기는 하다. 만일 레이디 맥베스가 없었더라면, 맥베스가 살인을 저질렀을까? 이 불행한 감정은 몇 달을 견뎌내면 차게 식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기다리지 못하게 만든다.》
이덴이 쓴 사설은 신문에 기고되지 않았다.
잉크가 전부 번져버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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