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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오스는 배우 인생 몇 년 만에 줄기차게 들어오는 연말 시상식 초대로 인해 정신없는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는 그렇게 얼굴만 예쁘지 연기력은 얼굴값만 못한다고 감자도 아니고 사람을 아주 회오리로 돌려 깎더니 조잡한 알탕 성인 영화 출연해서 하나 대박 치고 나자 그동안 진흙 속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던 진주 취급들을 해 주는 꼴이 살레오스는 퍽 우스웠다. 하지만 세상은 결국 같은 자 돌림이어도 자존심보다 자본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 않던가. 살레오스는 생각했다. 맞아, 나 진주였어. 완전 진주였지. 오지게 예쁘니까. 12월 되기 두 달 전부터 예약이 풀로 잡혀 있다던 에스테틱과 헤어샵 자리를 제 스폰서인 히아데스의 재력과 인맥을 통해 꿰찬 살레오스는 강변 뷰가 잘 보이는 고층 레스토랑에서 고급 와인잔을 기울이며 슬프게 생각했다. 아, 이렇게 돈만 있는 삶. 참 공허하다. 수상소감 도대체 어떻게 공손하게 적지.
<만약 내가 나도 모르는 결혼 발표를 당했어>
한 해의 말일,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꼭두새벽에 매니저로부터 전화를 받은 살레오스는 아침형 저혈압 때문에 대단히 저기압이었다. 지금 새벽 다섯 시인데 매니저한테 부재중 전화가 열아홉 통? 갈아치운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새 매니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나 하며 살레오스가 전화를 받았을 때 자신의 해고를 직감이라도 한 듯 잔뜩 흥분한 매니저가 수화기 너머로 이렇게 소리쳤다. 너 결혼해?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야? 살레오스는 애벌레처럼 몸을 말고 있던 이불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와 무슨 소리야? 하고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 되물었다. 결혼이라니 연애 스캔들도 아니고 너무 갔지 싶었던 탓에 황당해 몰려오던 잠도 번쩍 깼다. 뭐 또 이상한 파파라치 컷이라도 떴어? 대수롭지 않은 투로 이번엔 어떤 배우랑 엮어서 파파라치들이 소설을 썼나 생각하던 살레오스는 매니저의 다음 말에 생각이란 것이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랑? 히아데스? 왜?
히아데스는 양심상 명패만 달아두고 사흘에 한 번 정도 출근하는 회사 사무실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로 적어도 오늘 중으로는 문을 벌컥 열고 처들어 올 예정인 미래의 배우자를 – 동의는 구하지 않았음 – 기다리는 중이었다. 자신이 주최하는 난교파티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대형 언론사 자녀와 친한 척 지내 둔 것이 정답이었다. 유명 배우 S, 재벌 그룹 스폰서 H와 연말 결혼 발표? 같은 제목으로 지면 및 온라인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난 기사는 선동과 날조로 가득 차 있었다. 애초에 살레오스와 히아데스가 스폰 관계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여름부터였지만 기사는 꼭 두 사람이 몇 년 동안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원거리 연애를 해 온 것처럼 기술하고 있었다. 히아데스는 만족스럽게 지면에 인쇄된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고 내일부터 안 하기로 한 스크랩북에 오려 붙여 놓고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아주 좆같아 하겠군, 마음에 들어.
실제로 정말 좆같아 하는 중이었던 살레오스는 히아데스의 예상대로 그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이 연기대상 시상식 날인데 이 자식 남의 스케줄 끊어 먹을 때부터 싸하다 싶었더니 남의 수상도 못할 팔자로 만들어? 열이 뻗친 살레오스는 히아데스의 사무실 문을 구둣발로 차서 열었다. 물론 세게 차진 않았다. 발가락은 잘못 부딪히면 아프니까. 거칠게 열어젖힌 것도 아닌데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 자식 이거 날 기다렸구나 싶어 살레오스는 더욱 빡이 쳤다. 야! 대뜸 자신들의 낙하산 재벌 3세를 향해 반말을 갈기는 유명 배우 등장에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히아데스의 사무실 쪽을 힐끔거렸다. 본격적으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을 때는 다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대놓고 회전식 의자가 히아데스의 사무실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뭐가 깨진 거야? 라고 사람들이 속으로 내심 배우 살레오스 얼굴만 예쁘지 인성 장난 아냐 같은 헤드라인을 하나씩 마음에 품게 되었을 때 사무실 안에서 가장 비싸 보이는 화병을 바닥으로 조심히 던져 – 파편이라도 얼굴에 튀면 세계적 유산의 손실이니까 – 깨트린 살레오스는 저 자식에게 손해를 냈다는 사실에 조금 진정해서는 눈을 똑바로 뜨고 이렇게 말했다. 나랑 결혼하고 싶으면 혼수 해 와. 람보르기니라도 하나 뽑아 오라고. 알겠어?
<찍은 영화만 삼류 막장인 줄 알았는데 인생조차 이럴 줄은>
살레오스는 자신이 영화 <미드나잇 싸이코>를 찍기로 확정이 났을 시점의 과거를 비행기 일등석에 앉아 두 다리를 뻗고 회상해 보았다. 그때만 해도 살레오스는 다달이 나가는 월세와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빛나는 미모를 걱정해야 할 팔자였기 때문에 감독이 제시하는 엄청난 자본에 막장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크랭크 인을 결심하고 말았다. 하지만 <미드나잇 싸이코>가 성공해 살던 월세를 청산하고 고급 펜트 하우스로 이주하고 가만히 숨만 쉬어도 알아서 휴롬처럼 착즙해주는 팬들로부터 통장에 찍히는 0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는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자본의 힘에 굴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살레오스는 제 옆 좌석에 앉아 기내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하와이 여행 가이드 팜플렛이나 읽고 있는 히아데스를 대놓고 쳐다보았다. 그랬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괜찮은 람보르기니였다. 그것도 한정판.
살레오스는 1월 1일에 가장 뉴스 헤드라인에 많이 이름이 오른 연예인이 되었다. 이름 오른 지면이 사회부 기사가 아니라 문화연예부 기사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혼수는 람보르기니로? 세 대라도 그를 위해 선물할 수 있어, 로맨틱’ 같은 문장과 함께 올라서 비극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살레오스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휴대폰 갤러리에 히아데스와 살레오스 사진이 연속으로 붙어 있었다는 이유로 후죠질을 한 덕에 한때 판의 유명인사였던 존잘 연성러는 거의 노스트라다무스 급의 예언자로 칭송받았다. 오오… 저 분이 바로 동인질을 현실로 바꾸셨다는 전설의 그……. 성지순례 왔습니다. 새해에는 로또 되게 해 주세요. 살레오스는 급격하게 밀려오는 현타를 극복하기 위해 히아데스가 사무실로 처들어 간 지 몇 시간 만에 손에 쥐여준 차 키를 한 번, 그리고 저도 모르는 새에 제 공식 배우자가 된 상대의 조형만큼은 끝내주는 얼굴을 한 번 번갈아 보았다. 그래, 손해는 안 보는 장사인 것 같아. 신혼여행은 우리 하와이 가자, 그렇게 말하는 죽일 놈의 면상에 살레오스가 고개를 끄덕였던 것은 오로지 저 위의 두 가지 때문이었다.
당신 왜 나랑 결혼하려고 하는데? 하와이로 입국하는 과정 중에 무슨 목적으로 하와이에 왔냐는 입국 심사관들에게 허니문이라고 스윗한 얼굴로 대꾸하는 히아데스 옆에서 살레오스가 그제야 질문을 던졌다. 짐도 다른 사람이 찾을 거고 호텔까지 갈 차도 이미 불러 뒀다며 스무스하게 입국 심사를 통과한 히아데스가 여전히 이게 뭐냐? 같은 표정을 한 살레오스의 팔을 제 쪽으로 잡아끌었다. 결혼에 이유가 뭐 거창하게 필요해? 하다 안 내키면 그냥 이혼하면 되는 걸. 그냥 당신 빡쳐하는 게 재밌어서. 황당한 이유에 무언가 반박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던 살레오스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이어지는 히아데스의 다음 말에 어느 정도 수긍했다. 그리고 당신 예쁘잖아.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허니문 하루 만에 결별 위기를 맞이했다. 살레오스는 람보르기니를 생각하며 한자 획수도 기억나지 않는 참을 인 자를 속으로 죽어라 외웠지만 소용없었다. 히아데스는 돈도 많고 잘생겼고 침대 위에서도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자신을 빡치게 하는 존재였다. 대체 왜 그러는데? 하고 살레오스가 물을 때마다 히아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화내는 미인이 좋아서.
살레오스는 그날 히아데스의 핸드폰을 무단으로 갈취해 국제 전화 요금이 왕창 나갈 수 있도록 굳이 영국에 있는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하루 만에 이혼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아, 저도 이럴 줄은 몰랐는데 제가 영화도 막장만 찍더니 인생도 막장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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