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감옥에 갇혀야 할 것은 내가 아니다. 지옥에 떨어져야 할 것도 내가 아니다. 생각은 잘못이 아니다. 의지만 있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건 하나의 실천으로 완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나는 생각만 했다.
전 도련님의 생각이 좋아요. 하인은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다. 당신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겠습니다. 나는 나를 가두라고 한 적이 없다. 나는 내게 입 맞추라고 한 적도 없으며 내 발목을 부러트리라고 한 적도 없다. 궤변 따위 집어치워. 내가 말하자 그가 웃었다. 아뇨, 이건 어떤 커다란 생각입니다. 왜 자꾸 내 말을 따라하지? 나는 시큰거리는 발목과 그 발목에 매여 있는 줄을 한참 바라보며 어떤 욕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는 내 말을 곧잘 기다렸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늘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은 나 자체가 아니라 내가 하는 생각이나 말 같은 것에 집착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전 도련님의 생각이 좋아요, 전 도련님이 가장 좋아요. 나는 하인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싫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지옥에나 가 버려. 꺼져 버려.
나는 점점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사람들이 이쯤 되면 나의 실종을 알 법도 한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습다. 어쩌면 아무도 내가 사라진 것을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알료샤조차도 오랜 시간 함께한 것이 무색하게 날 두고 수도원으로 갔었으니까. 드미트리? 그 놈은 생각할 것도 없다. 그 놈은 내가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술에 취해 판단하지 못할 놈이니까. 아버지는 어떤가. 아들이 있다는 것도 종종 잊는 사람이니 내가 죽어서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카체리나. 그녀는 내가 그녀를 두고 떠나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나는 드미트리 같은 새끼와는 다르다. 나는 절대 그녀를 버리거나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내 옆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하인이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 손을 피하려고 했지만 턱이 붙잡혀 결국 하인을 마주보게 되었다. 그러자 마치 종을 울리면 침을 흘리는 개처럼 - 그러니까 학습된 어떤 종류의 존재처럼 -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떠올릴 수 있는 건 원망 뿐이다. 내가 왜 이런 지옥에 갇혀야 하는가.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8
미친 새끼. 버러지 새끼. 나는 다시 도망치려고 했다. 반나절 동안 그 하인 새끼가 올라오지 않았고 나는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체감 상 벌써 몇 주나 이 다락방에 갇혀 있었다. 묶여있다는 걸 제외하면 요양에 가까운 일이긴 했지만 이 버러지 같은 새끼가 내 몸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경멸스러웠다. 그는 무슨 쉽게 깨지는 자기 인형을 대하듯 나를 대하다가도 어느 순간 핀트가 나가면 차라리 깨져버리라는 듯이 내게 손을 뻗었다. 한동안 그의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을 때는 내게 입을 맞췄고, 내가 저항했을 때는 내 팔을 부러트리려고 했으며, 도망치려고 했을 때는 발목을 정말로 부러트렸다. 이것은 내가 증오하게 된 어떤 광기와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 신의 축복과 선택을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들이 내뿜는 광기. 몇 주 만에 드디어 발목과 목에 매인 줄을 끊어내고 문고리를 망가트려 도망쳤을 때, 계단을 내려가며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쳤을 때,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또 그 하인이었다. 그는 어디서나 내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었다. 신이 있다면 자신이야 말로 아담이라는 듯이, 내가 그 자신을 만든 사람인 것처럼, 내 말이면 뭐든 복종할 테지만 에덴을 나가라고 한다면 당신을 죽여 버리겠다는 것처럼.
내 두 발목은 다시 부러졌다. 나는 이제 똑바로 설 수가 없다. 몇 주가 지나면 또 괜찮아질 거라며 그가 웃었다. 여기선 악을 써도 잘 안 들리죠. 새틴 목줄이 새로 채워졌다. 발목에는 채우지 않았다. 어차피 부러졌으니 찰 필요가 없다는 어조로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그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언젠가 기필코 죽여 버릴 것이라고 마음으로 수없이 맹세했다. 양쪽 발목이 모두 부러진 그날 밤, 하인은 촛대에 불을 밝히고는 내가 누운 침대 근처로 다가 오더니 뼈가 부러져 몸에 열이 오른 내 옷을 벗겼다. 나는 그가 두렵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다만, 이전의 경험들로 유추하건데 여기서 저항할 경우 팔이나 손목마저 부러질 수 있다는 어떤 걱정에서 저항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은 두려움과는 다르다. 그는 찬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평범한 간호처럼 보이는 행위는 분명 내 몸을 다 닦은 뒤에도 지속됐다. 그는 도로 내 와이셔츠를 입히고 침대 안으로 기어 들어와 숨소리가 느껴질만큼 가까이서 나를 끌어 안았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구역질이 나왔지만 참았다. 미친 새끼.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고 그는 내 말에 기쁜 듯이 웃었다. 저도 도련님이 좋아요. 정상적인 대화를 절대로, 절대로 기대해서는 안 되는 새끼였다.
9
알료샤가 찾아왔다. 그러니까, 진짜 말고 가짜 알료샤다. 내 친동생은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형제놈들과 다르게 짐승도 아니거니와 머리에 뿔도 달려있지 않다. 한쪽에만 기괴한 사슴의 뿔 같은 걸 단 알료샤는 수도복을 입은 모습으로 내가 갇힌 이 방에 찾아왔다. 문이 닫혀있는데 어디로 들어왔지? 내가 묻자 알료샤의 모습을 한 그것은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라고 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이 순간만큼 그것들이 위안이 된 순간이 있었을까. 날 여기서 내보내 줘. 그래, 그것이 알료샤의 얼굴이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간곡히,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최선의 간절함을 담아서 그것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가짜 알료샤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네가 그랬지 않나.
모든 것은 허용된다.
그러고는 닫힌 문을 넘어서 사라졌다. 빌어먹을! 문이 닫혀도 들어올 수 있었으면서 지금까지 나를 혼자 버려둔 거야? 절대로 용서 못 해. 너희를 평생 저주할 거야. 그렇게 분에 차서 소리를 지르자 문 밖에서 여러 명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들이다. 나는 그것들이 실체를 가지지 못한다는 걸 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나는 그것이 사라지자마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이건 외로움이 아니다. 무언가를 적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혼자 있을 때마다 생각들이 내 머리에서 수도 없이 질문을 만들어내고 긴 꼬리를 휘두르며 나를 공격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쩌면 정말로, 아픈 건지도 모른다. 그래! 누가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겠어?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나는 애썼다. 발목에는 여전히 고통만이 있을 뿐 감각이 없다.
누가 문에 노크를 한다. 이번엔 또 누구지? 나는 너무 지쳐버렸다. 내 흐늘거리는 발목을 볼 때마다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역겨워 식사를 잘 하지 못하자 그 하인 새끼는 내 몸을 더듬으며 좀 마르신 것 같네요, 하고 잘도 충고를 늘어놓았다. 개자식. 누구 때문에 마르는지도 모르고. 나는 귀를 막아버렸다. 누구든 상관없으니 이제는 꺼져버렸으면. 아니지, 아니야. 알료샤의 얼굴을 하고 올 거라면, 카체리나의 얼굴을 하고 올 거라면 들어와도 좋아. 외롭거든. 아니, 외롭진 않아. 나는 어쩌면 정말로 미쳐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미치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어쩌면 나는 그냥 정상인 거야. 그렇게 생각했을 때 잠긴 문이 덜그럭 소리를 내더니 열렸다. 나는 이번에도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료샤나 카체리나라면 문을 열고 들어와도 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뿔이 없네. 이번에는 눈이 빛나지 않네. 이번에는,
알료샤.
갑작스레 깊은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래, 너라면 나를 찾을 줄 알았어. 그건 바보 같은 믿음이다. 믿음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 알료샤는 나를 찾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그냥 문을 열려고 했던 건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이번에는 진짜잖아. 내 생각이 아니잖아.
거기까지 생각한 뒤,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