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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모닝 쉐프쇼! 오늘도 요리 전문가 그린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라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오자 올해로 쉰일곱이 된 모닝 쉐프쇼 애청자 C는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하던 모든 집안일을 멈추고 TV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실로 물을 마시러 나오던 C의 대학생 딸이 엄마, 또 그 방송 봐? 재미도 없던데, 하면서 혀를 찼지만 C에게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의 딸이 아니었다. 전문가 그린 선생님의 사과 파스타 특별 레시피와 사과를 써는 힘줄이 파랗게 선 손, 그와 다르게 참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리모콘으로 볼륨을 높이며 C는 그린 선생님이 화면에 잡히는 중요한 부분을 방해하는 딸에게 역정을 냈다. 물 빨리 마시고 들어 가! 엄마 지금부터 바쁘다.
<아주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주간 모닝 쉐프쇼에 그린이라는 가명으로 출연하는 아벨 리우는 요즘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드라마 일일 연속극 남자 주인공보다 더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185cm라는 큰 키와 보기 좋은 늘씬한 몸매. 거기에 쉐프라는 가정적인 – 어쨌든 부엌과 가까우니까 – 직업까지. 화룡점정은 얼굴이었다. 사내가 아주 참해. 우리 딸자식이랑 결혼 시켜서 사위 삼고 싶어. C가 그렇게 주접을 떨 때마다 C의 딸은 몸서리를 쳤다. 엄마가 지금 유부녀라고 나한테 결혼을 강요하지 마! C의 가정과 같이 딸들의 의견과는 별개로 우리의 그린 선생님 아벨을 자신의 내적 사위로 삼은 예비 장모들이 그 수로만 한 트럭이었다. 모닝 쉐프쇼 PD는 아벨만 섭외하면 오르는 시청률과 유료 문자 QnA 등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아벨을 고정 패널로 캐스팅했다. 분명 요리 레시피를 알려 주거나 생활 살림 꿀팁을 전수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문자 QnA로 들어오는 건 대부분 아주머니들의 주접이었다. 우리 그린 선생님은 언제부터 그렇게 참했나?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지? 우리 딸이 선생님보다 8살 정도 많은데 가능성 있나요? 등등. 아벨은 그런 내용들을 읽을 때마다 웃는 얼굴로 철벽을 쳤다. 저 애인 있어요. 가히 레시피에 태클 질문이 들어왔을 때 ‘시청자분이 드셔 봤나요? 이것도 있는 레시피예요.’ 라고 대답한 기개 있는 태도였으나 아주머니들의 그린 선생님을 향한 사랑으로 간신히 프로그램 폐지를 면하고 있던 주간 모닝 쉐프쇼 PD는 생방송이라면서 아벨이 철벽을 칠 때마다 그 장면을 전부 편집점으로 잡고 광고를 틀었다. 선생님. 비즈니스 하셔야 해요. 선생님 애인 있는 거 아시면 저희 프로그램 망한다고요.
이런 프로그램 PD의 눈물 겨운 노력으로 아벨은 어느 날 자신의 팬클럽으로부터 – 아벨은 이런 모임이 있는 줄도 몰랐다. - 서포트를 받기에 이르렀다. 유명 배우나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 스태프들까지 포함해서 밥차를 돌리거나 커피차를 돌린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으나 나름대로 입지 있는 셰프라고는 해도 출연하는 방송도 하나뿐이고 연예인만큼 알려지지 않은 아벨은 들어온 서포트가 황당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밥차나 커피차였으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텐데. 아벨이 그를 사랑하는 부녀회 팬클럽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은 유명한 기업에서 나온 신형 냉장고였다. 그린 선생님! 신선한 재료로 앞으로도 산뜻한 요리만 하세요! 집 앞에 배송된 냉장고 앞에서 육성으로 포함된 카드를 읽어주는 택배 기사를 제지하고 아벨은 아무리 봐도 장모님이 혼수 품목으로 장만해 주신 것 같은 냉장고를 주섬주섬 집 안으로 들였다. 일단 주셨으니 써야지. 과연 참한 얼굴과 다른 반전 생활력의 주부 인기남다운 태도였다.
<타의로 잡힌 결혼 날짜와 혼수 품목 어떻게 해야 하나요>
C는 부엌에서 사과를 깎다가 딸이 방에서 뛰어나와 그린 선생님 여자친구 있대! 라고 외친 소리에 그만 사과도 아니고 과도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뭐시여?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 C를 보며 C의 딸은 엄마, 마룻바닥에 과도 박혔어… 라고 차마 입 밖으로 말하지 못했다. 남편이 자기 친구한테 사기 당해 왔을 때도 이만큼 억장이 무너지지는 않았던 C는 핸드폰을 꺼내 냉장고 혼수를 장만한 그린 팬클럽원들에게 쭉 이 소식을 알렸다. 술렁이던 팬클럽 단톡방은 곧 ‘어떤 과년한 처자가 우리 그린 선생님을 채갔다냐’로 주제가 모아졌고 본인들의 아들딸을 포함한 주변 정보원들을 착취한 결과 C를 비롯한 그린을 사랑하는 부녀회 모임 사람들은 과년한 처자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똑같았다: 어우, 이 처자가 참하네. 우리 딸보다 백 배 천 배 낫네.
헬렌 코네리는 순하게 생긴 인상에 검은 단발머리를 한 채로 아벨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무려 30cm 차이가 나는 이상적인 키 차이! 서로 사랑하는 게 분명한 저 표정! 열 살이라는 허들 높은 나이 차이가 잠시 그린 부녀회 사람들을 아이고 어쩐다냐 하고 덜컥 하게 만들었지만 곧 C는 그래도 서로 좋다면 됐지, 하고 언제 자기 집 과도를 바닥에 꽂았냐는 듯이 헬렌과 아벨의 교제를 마음에 들어 했다. 고작 팬클럽에 불과한 그린 부녀회 사람들이 헬렌을 마음에 든다 안 든다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지만 모닝 쉐프쇼의 전담 PD에게는 구사일생의 순간이었다. 집에서 일도 안 나가고 매일 엄마 밥 줘, 하면서 자기 배만 벅벅 긁고 있는 딸내미를 생각하던 부녀회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헬렌을 보며 참하다 참해, 하고 칭찬하기 바빴다. 나이가 예순에 가까워지면 젊은 시절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오지랖이 넓어지고 주책이 심해지는 것이 당연지사. C는 헬렌과 아벨의 투샷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냉장고는 우리가 해줬으니 집 하나 장만하고 침구만 들이면 딱이겠네. 옆에서 C에 뒤지지 않는 주책바가지 부녀회장이 맞장구를 쳤다. 그럼. 여자애가 어리니까 우리 그린 선생님이 준비 좀 많이 하셔야지. 그래야 도둑놈 소리 안 듣지. 호호호…… 아벨과 헬렌은 자기도 모르게 결혼 날짜가 잡히고 누가 무슨 혼수를 해놔야 하는지 까지 착착 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며칠 뒤 생방송 모닝 쉐프쇼에 그린이 출연하는 시간이 도래하자 C는 부녀회 사람들을 죄다 자기 집 거실로 불러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 맛 평가단으로 참여해 주신 분은 헬렌 코네리 씨입니다, 하는 나레이션에 집안 이야기부터 자식들 뒷담 앞담까지 서슴지 않고 TV 소리보다 크게 떠들던 사람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C가 어머, 어머 하며 리모콘을 가져다 볼륨을 높이자 헬렌이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벨이 키친석에서 제가 오늘 특별히 초대했습니다, 하고 세상 따뜻한 시선으로 헬렌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비춰졌다. 둘이 무슨 사이인가요? 하는 진행자의 짓궂은 질문이 이어지고 방청객의 야유와 환호가 나올 때까지 C의 거실은 내내 침묵에 빠져 있었다. 부녀회장이 C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사진보다 참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C뿐만 아니라 다른 팬클럽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구만. C는 어쩐지 그린이 아무 요리에나 설탕이나 꿀을 많이 넣어야 맛있어요, 하면서 쏟아 붓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우리 양반도 젊었을 적에는 우리 그린 선생님 못지않게 스윗했는데… 하고 회상에 잠긴 부녀회장을 모두 상큼하게 무시하며 카메라가 어색한지 어렴풋한 미소만 짓고 있는 헬렌의 제스쳐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마치 상견례장에 온 예비 며느리를 평가하는 시어머니 자세로 – 이렇게 보자면 헬렌은 자기도 모르게 시어머니가 몇 명은 있는 거였다. - 헬렌을 지켜보던 C는 갑자기 거실에 놓인 커피 테이블을 탕 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냉장고로 안 되겠어. 저렇게 참한 처자가 그린 선생님한테 시집이 가고 싶어지려면 어? 10살이나 어린데 말이야, 어? 우리 선생님이 침구도 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냔 말이야. 아직 둘이 결혼한다고 결혼의 기역자도 발표한 적이 없는데 흥분한 그린 부녀회 사람들은 C에게 옳소, 옳소! 하며 동조했다. 그리고 방 안에서 엄마와 아주머니들의 말을 가만히 누워 배나 긁으며 듣고 있던 C의 딸은 황당함에 몸을 떨었다. 엄마, 누가 보면 내가 아니라 저 헬렌 코네리 씨가 딸인 줄 알겠어! 엄마 딸 아직 방 안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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