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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후로 아이돌 산업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매력적인 이성 또는 동성을 찾기 어려워 스크린 너머의 만들어지고 가꿔진 아이돌의 이미지에 열광했다. 한 해에 남녀를 불문하고 만들어지는 아이돌 그룹의 수는 수십 개.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면 데뷔와 동시에 일명 듣보잡 아이돌로 전락해 몇 년을 활동해도 팬클럽 하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양태원이 속한 신인 아이돌 그룹 애플레몬은 상큼 발랄한 연하남 컨셉이 데뷔 시기였던 핫-썸머와 제대로 들어맞아 모든 아이돌의 흑역사로 자리 잡는다는 첫 데뷔곡부터 음원 사이트 차트 진입에 성공하며 주목받는 신인 그룹 반열에 올랐다. 대형은 아니었으나 소속사도 어느 정도 이름을 들으면 아, 거기? 할 수 있을 수준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고 멤버들도 어디 한 명 모난 구석 없는 비주얼의 소유자였다. 아직 1기 모집 중이기는 했으나 팬클럽명도 아모네로 결정이 나 가입 신청 기간이 끝나고 응원봉에 슬로건까지 굿즈로 나온 상태였다. 어느 정도 그룹이 흐지부지 해체되는 대신 치열한 아이돌계에 조금씩이나마 뿌리를 내리는 수준이 되자 신이 난 소속사 사장님과 애플레몬의 매니저는 다른 유명 아이돌들과의 유닛을 결성하여 이대로 인기 물타기를 할 계획을 세웠다. 말이 좋아 콜라보레이션이지 이미 어느 정도 인기 있는 그룹들에게 얹혀 인기를 더 쉽게 얻어 보겠다는 도둑 심보였다. 사장이 매니저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면서 물었다. 그래도 역시 이건 보컬 보내는 게 낫지? 매니저는 요지부동의 자세로 그 찌름을 잠시 견뎌내더니 득도한 부처상처럼 말했다. 저희 보컬은 너무 성격이 더러워서 안 됩니다. 사장이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리드 보컬이라도? 매니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사유는 간단했다. 그 애는 비주얼 멤버라서 말만 리드 보컬이지 사실 노래를 못합니다. 사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럼 어쩌냐고 매니저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달관한 채로 사장에게 붙잡혀 흔들리던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메인 댄서를 보내죠. 이렇게 된 이상 부가 수입을 창출합시다. 상대 그룹에선 고고 데리고 나오라고 하세요. 태원이가 원래부터 핫래빗 고고를 워낙 좋아했으니 팬들도 둘이서 활동하면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매니저는 후에 자신이 이 잠재적 RPS 마케팅 발언으로 유닛을 대성공 시켜 소속사 실장자리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는 아직 상상도 못한 시점이었다.
<RPS가 실시간 트렌드면 음지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거냐>
음악 방송 여름 특집을 겨냥하고 결성된 3인조 유닛 SUMMER는 각기 다른 세 개의 보이 그룹에서 한 명씩 멤버를 차출해 묶은 일종의 크로스오버 그룹이었다. 기존의 애플레몬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양태원은 신명나는 유닛 활동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배경에 맞는 상큼하고 파워풀한 안무가 활동적인 성격의 태원과 잘 맞는 것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무려 핫래빗의 고고와 같은 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다니 태원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도가 아니라 토끼 농장을 차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존경해 마지않는 고고 선배와 같은 대기실에서 헤어 셋팅이랑 메이크업을 받게 되다니? 핫래빗 팬들, 캐럿들 사이에서도 태원의 고고에 대한 팬심은 상당히 유명한 편이었다. SUMMER가 데뷔 무대를 했을 때 캐럿들은 일제히 태원을 향해 성덕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 태원의 SNS에 종종 고고에 대한 사심이 잔뜩 들어간 찬양글이나 핫래빗의 대표곡들을 댄스 커버한 영상들이 올라왔었다는 건 아모네와 캐럿들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브이앱을 켜기만 하면 3인조 그룹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유독 고고에게만 살갑게 구는 태원과 그런 태원을 태원아, 라고 부르며 다정하게 대하는 고고는 RPS 필터를 끄고 봐도 나머지 유닛 멤버 한 명에게 미안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원래 홀수로 이루어진 그룹에서 짝이 되지 못하고 남은 한 명의 운명은 영원한 서브 남주거나 조연에 불과한 법. 아모네와 캐럿 내의 음지 불판은 SUMMER의 활동 개시와 함께 한국의 한여름 땡볕보다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존잘님의 성인물 팬픽 포스타입 유료 발행이 성행하고 그룹 크로스오버가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다며 그간 어중간한 음지 덕질을 해 온 자신에게 신물이 난다는 간증이 터진 댐에서 물 넘치듯 콸콸 쏟아져 나왔다. SUMMER 내 대 메이저 RPS는 단연코 고고와 태원을 엮는 것이었다. 팬들은 나름대로 마지막 양심을 지키기 위해 서치 방지를 해 보겠노라 꾜탱이라는 줄임말로 커플명을 설정했지만 그다지 쓸모 있는 일은 아니었다. 캐럿 내에서 이미 고고 왼 ONLY로 유명한 성인물 포스타입 존잘님께서 SUMMER 크로스오버 꾜탱 팬픽 시리즈물을 연재하기 시작한 탓에 SNS 아이돌 트렌드에 조금만 한적한 시간이면 꾜탱이라는 단어가 오르고 말았던 것이다. 상식인을 추구하는 몇 아모네와 캐럿들이 음지의 일은 음지에서 끝내자며 존잘님의 머리채를 잡았으나 존잘님의 죄는 그저 너무나 존잘인 것일 뿐이라며 쉴드러들 역시 뛰쳐나와 같이 머리채를 잡고 싸워댄 탓에 꾜탱이라는 키워드는 내려가기는커녕 그 날 오전, SUMMER가 케이블 채널 음악 방송 사전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상위 트렌드 키워드로 우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온라인의 팬덤 머리채 싸움을 지켜보던 아모네 하나는 모든 상황이 얼척이 없어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RPS가 실시간 트렌드면 음지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거냐?
<진짜가 되면 안 되는 걸까>
이렇게 음지의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를 겪고 있는 꾜탱 RPS는 트위터 오피셜 양태원 계정에 우리 아모네들 안녕? 하면서 자신의 잘생긴 무보정 얼굴을 보여주려던 양태원의 눈에 들고 말았다. 태원은 늘 어느 부분에서 순진한 구석이 있었으므로 꾜탱이라는 두 글자가 대충 고고와 자신을 – 아! SUMMER는 3인조 그룹인데도! - 지칭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자신과 고고를 팬들이 이렇게 맛있게 엮어 먹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키워드를 클릭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태원은 아모네와 캐럿들이 우리 오빠로 음지질 하지 마라 우리 오빠가 생체 딜도인 줄 아느냐 하고 싸우는 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그야말로 고고가 길을 한 번에 제대로 찾아가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큼이나 충격을 받은 태원은 한창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고고의 잘생긴 얼굴을 자꾸만 곁눈질하기 시작했다. 구금 딱지가 적나라하게 붙은 존잘님의 포스타입 연성을 얼레벌레 휴대폰 성인 인증 후 확인 차 들어가 본 태원은 꼭 고고의 훌륭한 몸을 직접 벗겨서 본 것처럼 상세하게 적은 존잘님의 상세한 신체 표현에 1차로 충격을 받았다. 태원은 얼굴을 곁눈질하던 것으로 모자라 이제 고고의 얼굴 아래 부분까지 흘긋거리기 시작했다. 맛깔나는 존잘님의 글을 몰두해서 읽기 시작한 태원은 고고가 거울 너머로 자신을 자꾸만 힐끔거리는 태원을 같이 관찰하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고고는 저렇게 티나게 표정에 호기심과 경악, 부끄러움이 다 드러나는 태원이 귀여운 걸 보니 자신도 참 중증이긴 중증이구나 싶어서 조금 웃음이 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이라이너 그리는데 웃지 말라고 작게 고고를 타박했으나 고고의 힘과 능력으로 자제하기 어려운 호감이었다. 처음에는 팬이라며 선배, 형 소리를 입에 달고 쫓아오는 고작 한 살 아래의 후배가 제 어린 여동생 영이처럼 귀여운 구석이 있어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던 것이 어느 새 불난 집에 기름 콸콸 부은 것처럼 호감으로 타올라 마음속 초가삼간이 다 잿더미가 될 위기였다. 메이크업을 마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짐을 챙기고 뒷정리를 하기 위해 대기실을 나서자 고고는 여전히 열중해 무언가를 보고 있는 – 종종 억울한 얼굴로 대기실 의자를 내려치기도 했다. - 태원을 향해 슬쩍 다가섰다. 뭐 봐? 하고 고개를 숙이니 공인의 휴대폰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보호 장치 하나 없는 화면이 적나라하게 고고의 눈에 들어왔다. 태원보다 아이돌 짬밥이 길다면 긴 편인 고고는 곧장 이게 자신과 태원을 대상으로 하는 RPS 팬픽이라는 것을 눈치로 알아차렸다. 단어는 몇 개 보지 못했으나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와 행간에 위치한 신음 소리만큼은 제대로 읽었으니 그게 구금 연성이라는 것까지 모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태원의 저 어쩔 줄 모르고 휴대폰을 숨기려는 모양새는 고고 입장에서는 깜찍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양태원은 다른 의미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는 중이었다. 아니? 내가 왜 깔려서 저렇게 정신 못 차리고 앙앙대는 쪽이지? 꾜탱이 아니라 탱고가 메이저여야 하는 거 아니야? 물론 태원의 생각과 세간의 트렌드는 앞으로도 몇 년간은 겹칠 일이 없을 예정이었다.
셀카 찍는다더니 이상한 거 보고 있네, 하며 휴대폰을 안 뺏기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틀던 태원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아 누르고 피지컬 차이로 태원의 휴대폰을 빼앗는데 성공한 고고는 태원이 한창 보고 있었던 장면을 듣기 좋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어주기 시작했다. 고고는 땀에 젖은 머리를 오른손으로 쓸어 넘기며…… 아래에서 태원이 속절없이 흔들리는 채로 그만, 이라고 말했지만…… 어쩌고저쩌고. 처음에는 그만 읽으라며 낯부끄러워하던 태원도 고고가 그저 자신에게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는지 이에 질세라 그 다음 문장에 나오는 대사를 읊기 위해 팔을 뻗어 고고의 목을 둘러 안았다. 연기 레슨까지 종종 받는 요즘 아이돌답게 대사나 표정 처리에 어색함이 없었다. 사랑해. 처음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음지의 RPS러들이 본다면 내 리얼물 주식이 이렇게 대박 날 리 없다며 혼절할 만한 장면이 대기실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고고는 제 불타오르는 속도 짐작하지 못하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다 못해 화염병을 만들어 대는 태원의 작태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태원이 앉은 소파 위로 제 몸을 겹처 눌러 태원을 밀어 넘어트렸다. 어? 이런 장면은 팬픽에 없지 않았나? 하고 몸이 완전히 소파 위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고고의 어깨를 꽉 붙잡은 태원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팬픽으로 가득 찼던 휴대폰 화면은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점멸했다. 키스라도 할 것처럼 서로의 얼굴이 대기실 소파 위에서 아주 가깝게 맞물렸다. 누가 보면 우리 진짜… 사귀는 줄 알겠다, 고고 형. 이 어색한 순간을 타파하기 위해 태원이 간신히 웃으며 말을 꺼냈을 때, 고고는 이렇게 받아쳤다. 별수 없지. 우리, 진짜 사귈까. 대기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눅눅해졌다. 길고 긴 썸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 들어가는 순간이자, 음지의 RPS러들은 알지 못하는 진짜 리얼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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