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 것을 명하고 자세한 순서와 치수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었다. 노아는 신의 말에 따랐다. 그는 세 명의 아들과 함께 긴 세월에 걸쳐 방주를 완성시켰다. 그러자 신은 다시 노아에게 말했다.
"너는 네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배에 들어가거라. 그리고 깨끗한 짐승은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한 쌍씩, 공중의 새도 일곱 쌍씩 배에 데리고 들어가 온 땅 위에서 각종 동물의 씨가 마르지 않도록 하여라. 이제 이레가 지나면 40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쏟아, 내가 만든 모든 생물들을 땅 위에서 모두 없애버리리라."
- 성경, 창세기.
행운의 여신이, 나와 함께 하기를.
Noah Graeum. 22세. 포커 플레이어.
처음 시작을 생각해봅니다. 저는 태어난 순간부터 버러지였습니다. 쓰레기가 있을 곳은 쓰레기통 뿐. 제 인생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미혼모였거나 창녀였을 누군가가 키울 수 없어 낳고 거리에 버리며 죽기를 기도했던 아이. 거리에서 태어났고 거리에서 자란 버러지. 태생부터가 금수저는 커녕 쇠 수저 하나 물어보지 못하고 쓰레기만 잔뜩 문 채 태어난 아이. 그것이 저의 처음 시작이었습니다. 쓰레기로 태어났으니 쓰레기답게 살았습니다. 22년. 살아온 모든 인생 동안 제가 저지른 죄악을 나열해보자면 차마 손으로는 셀 수도 없을 테지요. 사람을 죽였고, 사기를 쳤고, 물건을 훔쳤으며, 거짓말을 쳤습니다. 양심의 가책이요? 그런 건 쓰레기로 태어난 저에게 하등 필요없는 것 아닙니까.
노아라는 이름을 누가 붙여주었는지 모릅니다. 그레이엄이라는 성도, 어쩌다가 얻게 된 것이었죠. 셉 형, 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 같은 쓰레기와, 아무리 보아도 평범하고 멀쩡해보이는 셉 형이 형제일리가 없으니까요. 아마 누가 대충 지은 이름이 우연찮게 맞아 떨어진 것일 뿐일테지요. 노아. 율리아씨처럼 독실하게 신을 믿거나 섬기지는 않지만 노아의 방주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들은 이야기가 있어 알고 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천벌, 그리고 그 천벌 가운데에서 방주를 만들어 모든 생명이 번식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던 구원자, 노아.
*
몇 살 때 부터 도박판에 뛰어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릴리 쯤의 나이였을테지요. 십대 중반. 그래요. 딱 그 정도 나이 대였을 겁니다. 그 전 까지는 물건을 훔치고 술 취해 쓰러진 사람의 옷 안 쪽을 뒤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십 몇 년을 살았습니다. 고아원에도 있었지만 중간에 도망쳐 나왔어요. 아무도 저를 사랑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발달한 직감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저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쓰레기와 버러지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듯이요.
도박판에 뛰어들게 된 것은 처음에는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손재주가 좋으니 패를 숨기는 것을 잘할 것이라고. 제게 도박을 권유한 사람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게 포커를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억나지가 않습니다. 얼마 안 되서 사기친 것이 걸려 사람들에게 맞아 죽는 것을 보았던 것만 기억이 나는군요. 저는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제게 손을 뻗는 포커 스승을 버리고 빠르게 도망쳤습니다. 양심의 가책은 없었습니다. 저부터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맞아 죽어가는 스승의 포커패와 지갑을 훔치고 도박판에 처음으로 뛰어든 날, 저는 처음으로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고 따뜻한 빵 쪼가리를 하나 돈을 내고 사먹어 보았습니다.
스승이 죽어서, 눈물이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그깟 빵 한 쪼가리에 느껴, 십대의 저는 그렇게 울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도 좋으니 살아만 가자.
행운의 여신님, 부디 저를 지켜주세요. 아무도 제 옆에 없으니 부디 당신은 제 옆에...
부디, 저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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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알프가 글을 가르쳐주기로 했지만 죽어버렸지요. 그래요. 알프가 없으니 이젠 누구에게도 글을 배울 생각이 없습니다. 글 같은 것은 못 읽어도 포커는 얼마든지 칠 수 있으니까요. 저는 타고난 사기꾼. 행운을 가진 도박꾼. 게임에서 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포커 룰은 잘 모르면서도 포커 플레이어로 먹고 살만큼은 벌 수 있었죠. 거짓말을 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고, 뒤통수를 때리고, 그리고 가끔은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찔렀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든 범죄를 눈감아 주었습니다. 거리의 여자들도, 저와 같은 도박꾼들도, 모두 다 저와 같이 범죄를 저지르고 죄악에 젖어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요. 뭐가 나쁜가요? 쓰레기가 썩어가는 것이, 뭐가....
뭐가 나쁜가요?
거리의 여자들은 모두 제 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녀들을 돈 주고 사거나 다른 남자들처럼 물건 취급하지 않았고 그녀들은 모두 어린 나이의 멍청한 저를 귀엽게 여겼습니다. 전 여성들을 모두 아가씨라고 부르라고 배웠고 한참을 헐벗고 눈웃음을 파는 그녀들을 누나들이라고 불렀습니다. 누나들은 제 살인도 도박도 절도도 모두 눈 감아 주었습니다. 노아, 너 그렇게 살다가 천벌 받아. 누나들 중 한 명이 충고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저는 모른 척 했습니다.
거리에 이 전염병, 그러니까 좀비가 사람을 물게되는 상황이 퍼져왔을 때, 저는 물리는 누나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거리를 도망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살아있는 누나를 미끼로 던지고 도망쳤습니다. 누나들이 뒤에서 저를 원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가 너를 얼마나...! 저는 한 번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거리를 빠져나와 달렸습니다. 도망은 항상 쫓기고 도망쳐야하는 운명인 도박꾼의 특기. 저는 가는 길에 어떤 사람의 가방도 하나 훔쳤습니다. 그렇게 악랄하게 마을에 도착하면서 저는 여전히 웃었습니다.
뭐가, 나쁜가요?
저는 제가 나쁜 사람인 것을 압니다. 저는 제가 쓰레기이며, 버러지이고, 날파리 인 것을 압니다.
그래서, 뭐가 나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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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는 그렇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게임이지요. 저의 플레이 스타일은 내내 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역전하는 스타일로 거의 대부분의 게임에서 저는 져 본 경험이 없습니다. 좋은 패가 나오면 내내 숨기고 빼돌리고 눈을 속이고 거짓말을 쳤으니 지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겠지요. 저는 어쩌면 지금 이 상황 조차도 포커 게임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패가 남아있었고 그것이 나쁜 패든 좋은 패든 뒤집어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애초에 제가 이길 수 없는 구조였어요. 어차피 질 거라면 패를 확인하고 죽자.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요! 타워로 갈 거에요! 그렇게 말했습니다. 가지 말라는 사람들에게 도박꾼이니 도박꾼답게 죽을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행운의 여신이, 나와 함께 하기를.
오스틴씨. 그래요. 오스틴씨. 저를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율리아씨. 자매님도 절대 성경에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고 해도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도박에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도박판은 혼자의 것. 포커플레이는 개인으로 하는 것. 죽어도 혼자 죽고 살아도 혼자 사는 평소의 시스템을 버리고 사람들과 함께 타워로 갔던 자신을 원망합니다. 어리석은 노아. 멍청한 노아. 너 그러다 천벌 받아. 누나들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또 혼자 살아남았고, 혼자 도망쳤습니다.
신의 예고대로 분명히 7일 후에 파괴적인 호우가 찾아왔다. 홍수는 40일 동안 계속되어 방주는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그 이외의 모든 것은 지상의 가장 높은 산조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지표면에 남아 있던 생물은 사람이나 새나 짐승 할 것 없이 모조리 숨이 끊겼다.
이름은 구원자인데, 모두를 잃고 저는 혼자 돌아왔습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저를 원망하세요. 혼자 살아남고 혼자 도망치고 그리고 결국 패를 뒤집어보기도 전에 게임에서 진 멍청하고 어리석은 포커 플레이어인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저를 저주하고 멍청하다 욕하고 이름이 아깝다 소리치고 제 뺨을 때리세요. 혼자 떠났어야 했습니다. 겁이 많아 사람들과 함께 간 것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뢰가 터졌습니다. 세명이 갔는데 두 명이 죽었죠. 저는 그 상황에도 죽은 사람들의 소지품을 챙기고 제 다친 다리를 치료했으며 갈대밭을 전력질주로 달려 살아 남았습니다. 돌아본 곳에 오스틴씨와 율리아씨가 타고 있을 것이 분명한 크라이슬러의 차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저는 시체더미 앞에 주차된 포르쉐를 보았고, 그리고 운전했습니다. 처음 해 본 운전은 눈물 때문에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제가 우는 것은 오스틴씨와 율리아씨의 죽음 때문이 아닙니다.
다리의 고통이 제 살아있음을 너무나 여실하게 증명해주어,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홍수 속에 사람들을 던져두고 방주로 도망친 구원자, 노아. 노아를 원망하세요. 저주하고 욕하고 소리치세요.
오스틴씨, 율리아씨. 당신들을 두고 제 생명을 위해 도망친 저를 원망하세요. 용서하지 마세요.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
도박은 실패입니다.
얻은 것 없이, 잃기만 했습니다.
어리석은 노아. 멍청한 노아.
*
행운의 여신님. 저와 함께해 주세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은 오직 저의 여신님. 행운의 여신님 뿐.
여신님. 제 손을 놓지 말아주세요. 부디...
....
저를 잡아주세요.
어리석은 노아. 멍청한 노아.
네 손을 잡아버리면
네 주변 사람들의 손은 잡아주지 못한다는 걸 왜 모르니?
*
오로지 홀로, 방주를 타고 도망치던 노아를,
홍수 속에 잠긴 사람들이 용서하지 않기를.
부디.
용서하지 마세요.